기온 속 다섯개의 카가이, 고카가이(五花街)
교토의 게이코와 마이코들은 기온의 기온코부(祇園甲部), 기온히가시(祇園東), 카미시치켄(上七軒) 세 곳과, 카모 강을 경계로 하여 폰토쵸(先斗町), 미야가와쵸(宮川町) 두 곳을 더해 총 5개의 카가이에서 생활한다.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지역은 기온코부라 한다. 이 지역 게이코와 마이코들은 다소 딱딱하고 정형화된 콧대 높은 마님 느낌, 폰토쵸는 재미있고 편안한 친구 같은 느낌이 특징.
폰토쵸는 게이코의 기예 실력과 흥행성을 중시하는 실력주의적인 하나마치라, 순혈주의가 덜한 대신 예능에 뛰어난 게이코들이 많은 곳이다. 라이자 달비가 폰토쵸에서 생활할 수 있던 것도, 폰토쵸의 실력과 흥행성 중시 성향이 컸다. 또한 오토코시가 없고 게이샤와 마이코들, 시코미들이 서로 기모노를 입혀 주는 지역이다.
한편 역사가 가장 오래된 구역은 카미시치켄이다. 이곳의 역사는 무로마치 시대(1336~157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온코부와 카미시치켄을 동급으로 본는 사람들도 있지만 카미시치켄의 위상은 메이지 우신 이후로 꾸준하게 하락하고 있다. 다른 카가이들과 위치가 멀리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좋지 못해 규모가 계속 줄어들고 현재는 현대화가 많이 진행되었다. 지금은 폰토쵸가 기온코부와 대등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인식된다. 카미시치켄은 다른 기온 카가이와 동떨어져 있어, 다른 4개의 카가이가 참여하는 야사카 신사 마츠리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일류 게이코들은 대부분 기온코부 출신이다. 특별히 기온코부의 커리큘럼이 뛰어나 훌륭한 게이코들을 많이 배출한다기보다, 가장 규모가 넓고 큰 곳이라서이다. 폰토쵸 및 기온히가시, 미야가와쵸, 카미시치켄에서 생활하는 게이코와 마이코들은 교토 외부 지역 행사 등으로 초청 받으면 교토 및 일본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활동하나, 기온코부 게이코와 마이코들은 자신의 고객들이 요청하는 사항이 아닌 이상 잘 참석하지 않았으나 옛말이 되었다.
보통 일본인들의 인식 속에서는 기온코부≥폰토쵸>카미시치켄>미야가와쵸≥기온히가시 정도로 카가이의 급이 나뉜다고 볼 수 있다. 기온히가시는 원래 기온코부에 속하다 독립한 곳으로, 1950년대 매춘방지법이 지정되기 전까지는 창기의 비율이 많은 곳이었다. 또한 현재까지의 위치도 전통적인 교토 사창가와 가까워, 격이 떨어지는 하나마치로 취급된다. 미야가와쵸도 사정이 비슷했으나 기온히가시보다는 나은 취급이다. 기온히가시와 미야가와쵸에는, 매춘방지법 이전에는 예능을 하는 게이코와 몸을 파는 창기 둘 다로 이중등록된 게이코들이 많았다. 게이코를 창녀로 오해하는 인식이 퍼진 것에는 미즈아게 문화도 있지만, 이중등록 게이코들도 한몫했다.
덧붙이자면 이런 지역들 간에는 옷을 입을 때의 색 조화라던지, 춤을 추는 방법에 대한 유파가 다 다르다. 그 고카가이를 아울러 모든 형태를 모아 한번에 보여주는 무대를 '쿄노 니기와이(都の賑い)'라고 하며, 이 무대에서는 5개 하나마치 각각의 조금씩 다른 춤 솜씨를 감상할 수 있다. 가장 어려운 유파는 기온코부의 '쿄마이 이노우에류'라고 한다.
물론 보통 사람들은 어떤 지역의 게이코든 마이코든 만나 보는 것조차 힘들다. 이유는 '이치겐상 오코토와리(一見さんお断り)'라고 불리는, '처음 보는 손님은 사양한다'는 간사이 특유의 손님 접대 문화 및, 사람과의 관계로 돈을 벌어 먹고 사는 교토 화류계 문화의 특성 때문이다. 이에 대한 예시로, 러시아 총리가 교토를 방문했을 때, 수행비서의 간청에도 '처음 보는 손님은 사양한다'며 가차없이 거절했다고 한다. 다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위와 같은 폐쇄적인 모습도 완화되고 있으며, 현재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2시간에 인당 26,000~32,000엔 정도.
타지의 마이코는 보통 교토 마이코보다 나이가 많다. 교토 지역이 20세 전후의 소녀들이라면, 도쿄나 타 지방의 한교쿠들은 일러 봤자 18~19세부터 시작한다. 교토의 경우 전통문화 전승이라는 이유로 중학교를 갓 졸업한 소녀들, 즉 빠르면 고등학생 나이부터 화류계 입문이 가능하도록 하였으나, 타 지역은 법에 의해 미성년자가 아닌 20세 이상 성인들부터 한교쿠로 취직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타지에서는 10대 후반에 시작하는 소녀들도 20세 전까지는 정식 취직이 아니며, 교토처럼 오키야에서 합숙까지 해가며 시작하는 일은 드물다.
도쿄나 니가타 등에서 활동하는 마이코는 한교쿠(半玉) 내지는 오샤쿠(御酌)라고 부른다. 이들 역시 '마이코'와 같은 동기(童妓)들을 가리킨다.
문화의 전승과 보존을 위해 교토에서 시작한 외부 지역 소녀 모집을 통한 게이코 만들기가 성공한 것을 보고 니가타현에서도 게이샤가 되고 싶은 소녀들을 모집하였으나, 인원 충원에 실패하였다고 한다.
도쿄의 마이코들은 모모와레(桃割れ) 가발을 착용한다. 교토 마이코는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직접 머리를 올려 만들고, 와레시노부-오후쿠-삿코 등의 머리모양이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곡선을 보여준다. 어디서 보든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게 하는 것이 간사이풍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교쿠가 쓰는 모모와레 가발은 게이샤들이 쓰는 시마다마게 가발과 비슷한 모양이다. 또한 모모와레 가발에는 카노코도메가 없으며, 카노코도 꼭 붉은색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와레시노부의 카노코는 보통 위 아래 따로 끼워 완벽한 도넛 모양을 만들지만, 모모와레에는 하나의 긴 홀치기 천을 도넛 속으로 통과시켜 매듭을 묶으며, 천의 폭이 좁아 완벽한 도넛 모양이 되지 않는다.
또한 한교쿠는 오코보를 잘 신지 않고, 다라리오비 무스비를 하지 않는다. 일반 조리를 신고 우시로미 혹은 쿄겐(後見)이라고 읽는 매듭을 한다.후리소데 기모노도 일반인처럼 오하쇼리를 만드는 방식으로 입는다. 즉 목깃을 많이 내려 등과 목선을 보여주는 착장을 제외하고는 일반인의 후리소데 차림과 비슷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가발과 진짜를 구분할 때에는 앞이마와 뒷목 부분을 보면 좋다. 앞이마가 하트 모양에 이마가 지나치게 좁아 보이면 가발이다. 또한 마이코의 화장은 의외로 헤어라인까지 하얀 분을 꽉꽉 채워 칠하지 않으므로, 헤어라인까지 분이 칠해져 있다면 가발이다. 또한 일본 머리에서 '타보'로 부르는 뒷목덜미 부분의 머리 섹션이 있는데, 뒷목이 깔끔하게 싹 올라가 있으면 간사이풍으로 만든 자기 머리이다. 보통 타보에 볼륨감이 많으면 가발인 경우가 많다. 타보를 불룩하게 만드는 양식은 본디 간토의 머리 만드는 방식이고, 게이코나 한교쿠의 가발은 간토풍으로 틀어 만들기 때문.
단, 나라현과 기후현의 마이코는 옷 입는 방식, 오코보를 신는 점, 가발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 동일하다. 나고야에서는 우시로미 무스비를 하고 오하쇼리를 한 기모노를 입으나 자기 머리카락으로 니혼가미를 하며, 와레시노부-오후쿠-삿코 단계를 밟는 것이 동일하다. 도쿄에서도 카구라 자카, 하치오지 등의 일부 카가이는 자기 머리로 니혼가미를 하기도 한다.